주프랑스 한국문화원(원장 노일식)은 2015년 10월 28일부터 11월 18일까지 « 2015-2016 주목할 만한 작가 » 전시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허우중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듯 마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흑백의 이미지들. 허우중은 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기사와 이슈에 얽힌 자료 화면에서 그림의 영감을 찾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둘러싸여 하얗고 검게 « 지워진 » 얼굴들, 표정과 특징을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을 한 등장 인물과 깊고 우울한 분위기의 밤 풍경, 처참하게 잘려나간 철로, 가파른 절벽 위의 미로와 동굴들… 그의 작업은 이미 그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화면구성과 소재처리는 극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작가는 악몽을 꾸듯 얽히고 설킨 위협적인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천재지변이나 인간의 이기로 거듭되는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만화의 한 컷을 크게 확대하여 그린 듯 세밀한 묘사와 날렵한 필치가 두드러져 보이는 허우중의 유화작업은 실제 만화 장르의 구성요소인 « 말풍선 », « 컷 », « 효과음 », « 나레이션 »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가에게 이와 같은 화면구성은 시간차가 있는 각기 다른 장면의 다이내믹한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개연성있는 하나의 줄거리처럼 한 화면에 담는 것이다. 작가는 4미터를 훌쩍 넘기도 하는 대형 화면 위에 이렇듯 다소 이질적인 요소들과 함께 인물, 풍경 등을 그려넣는데, 여기서 특히 « 말풍선 »은 매우 독특한 역할을 한다. 대개 등장인물에 딸려서 주제의 대사와 감정,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허우중의 말풍선은 텅 비어 « 먹먹한 » 울림으로 돌아온다. 즉 대사가 배제된 그의 말풍선은 이따금 크게 화면을 차지하며 이야기의 전개를 은폐하기도 하는데, 곧 다가올 위기를 암시하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일종의 중압감으로 작용한다.
사실 허우중의 회화에서 말풍선은 « 소통 »을 의미하는 은유인 동시에 화면구성의 기본 토대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등장인물을 꾸며주는 « 이미지 + 글 »의 조합인 만화장르의 통상적인 쓰임이 아닌, 개별요소로서 화면구성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 도려내어져 » 텅빈 듯 꽉 채워진 허우중의 말풍선은 대사만큼, 아니 보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허락하며 그보다 더한 줄거리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사선으로 공간을 가르며 긴장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말풍선의 형태와 배치는 극적 장치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가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들이 결코 투명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확산되는 현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 실재를 가려내고자 노력한다. 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각종 매체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이겠다. 허우중은 분명 현실과 픽션이 공존하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미지들을 통해 무분별한 정보의 폐해, 결국은 소통의 부재에 따른 혼돈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난 허우중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유학길에 올라 파리 국립 고등미술학교에서 미술수업을 받는다. 2013년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국립 조형미술 고등학위를 받은 작가는 15회에 달하는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젊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수 많은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2014년 정헌메세나 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파리의 갤러리 유럽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고, 이번 문화원 전시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전상아, 2015년 10월
Sang-A Chun, octobre 2015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듯 마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흑백의 이미지들. 허우중은 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기사와 이슈에 얽힌 자료 화면에서 그림의 영감을 찾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둘러싸여 하얗고 검게 « 지워진 » 얼굴들, 표정과 특징을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을 한 등장 인물과 깊고 우울한 분위기의 밤 풍경, 처참하게 잘려나간 철로, 가파른 절벽 위의 미로와 동굴들… 그의 작업은 이미 그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화면구성과 소재처리는 극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작가는 악몽을 꾸듯 얽히고 설킨 위협적인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천재지변이나 인간의 이기로 거듭되는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만화의 한 컷을 크게 확대하여 그린 듯 세밀한 묘사와 날렵한 필치가 두드러져 보이는 허우중의 유화작업은 실제 만화 장르의 구성요소인 « 말풍선 », « 컷 », « 효과음 », « 나레이션 »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가에게 이와 같은 화면구성은 시간차가 있는 각기 다른 장면의 다이내믹한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개연성있는 하나의 줄거리처럼 한 화면에 담는 것이다. 작가는 4미터를 훌쩍 넘기도 하는 대형 화면 위에 이렇듯 다소 이질적인 요소들과 함께 인물, 풍경 등을 그려넣는데, 여기서 특히 « 말풍선 »은 매우 독특한 역할을 한다. 대개 등장인물에 딸려서 주제의 대사와 감정,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허우중의 말풍선은 텅 비어 « 먹먹한 » 울림으로 돌아온다. 즉 대사가 배제된 그의 말풍선은 이따금 크게 화면을 차지하며 이야기의 전개를 은폐하기도 하는데, 곧 다가올 위기를 암시하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일종의 중압감으로 작용한다.
사실 허우중의 회화에서 말풍선은 « 소통 »을 의미하는 은유인 동시에 화면구성의 기본 토대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등장인물을 꾸며주는 « 이미지 + 글 »의 조합인 만화장르의 통상적인 쓰임이 아닌, 개별요소로서 화면구성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 도려내어져 » 텅빈 듯 꽉 채워진 허우중의 말풍선은 대사만큼, 아니 보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허락하며 그보다 더한 줄거리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사선으로 공간을 가르며 긴장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말풍선의 형태와 배치는 극적 장치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가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들이 결코 투명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확산되는 현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 실재를 가려내고자 노력한다. 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각종 매체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이겠다. 허우중은 분명 현실과 픽션이 공존하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미지들을 통해 무분별한 정보의 폐해, 결국은 소통의 부재에 따른 혼돈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난 허우중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유학길에 올라 파리 국립 고등미술학교에서 미술수업을 받는다. 2013년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국립 조형미술 고등학위를 받은 작가는 15회에 달하는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젊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수 많은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2014년 정헌메세나 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파리의 갤러리 유럽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고, 이번 문화원 전시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전상아, 2015년 10월
Sang-A Chun, octobre 2015